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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터뉴스

(장석우) “악마같은 선녀벌레”…‘외래해충’ 안전지대 없다/ 농민신문

201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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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27. 농민신문>

“악마같은 선녀벌레”…‘외래해충’ 안전지대 없다
경기지역 826㏊ 발생 전년보다 18배 ↑…병해충 경보

양분 빨아먹고 생육 방해 충남·전남서도 급속 확산 당국 심각성 인식·대책 절실

 


여름철, 농작물이 한창 수확중이거나 비대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급증한 외래해충의 공격으로 농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미국선녀벌레’와 ‘갈색날개매미충’의 피해가 심각하다. 이들 매미충은 작물의 양분을 빨아먹고 많은 배설물을 내놔 농산물의 생육이나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18일 오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봉현리의 야산. 이곳에서 밤 농사를 짓는 이승환씨(66)가 밤나무 가지를 한번 흔들자 짙은 갈색의 미국선녀벌레 성충 수백마리가 하늘로 나는 듯 하다 이내 땅바닥으로 비 오듯 쏟아졌다. 연두색 솜털로 덮힌 선녀벌레 유충도 바닥에 수북히 쌓여 톡톡 튀어다녔다. 

 “누가 이 해충을 선녀벌레라고 이름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농민들에겐 악마 벌레보다 더 무서운 해충입니다.”

 이씨는 선녀벌레가 붙은 밤나무는 수확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선녀벌레가 밤나무의 양분을 빨아먹고 잎을 갉아먹는 탓에 밤송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것. 이 때문에 이곳 밤나무엔 작은 솔방울을 연상케 할 정도의 밤송이가 드문드문 달려 있었다. 이씨는 선녀벌레 피해 때문에 15㏊ 규모에 심은 밤나무를 모두 베어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2㎞ 정도 떨어진 청양군 정산면 남천리 일대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곳 농민들은 4~5년 전쯤 마을에서 선녀벌레가 발견된 이후 해마다 피해면적이 늘어나더니 올해는 성충 발견 시기도 훨씬 빨라졌고, 밤나무뿐만 아니라 감나무·대추나무·헛개나무·고추를 비롯해 심지어는 논에서도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이곳의 한 농민은 “소나무를 제외하고 땅에 뿌리를 내린 모든 식물에는 선녀벌레가 어김없이 붙어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농민들은 선녀벌레 피해가 급속히 확산되는 데도 당국이 상황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게 큰 문제라고 주장한다. 당국에서 권장한 방제법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해 독성이 강한 농약으로 방제에 나서지만 선녀벌레는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3~4일 지나면 다시날아와 ‘백약이 무효’라고 농민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농민 장석우씨(60·정산면 남천리)는 “선녀벌레의 심각성을 당국에 수차례 알렸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며 “선녀벌레를 이대로 방치하면 전국적으로 엄청난 재앙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지역에서도 선녀벌레 발생면적이 2015년에 비해 크게 확산돼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18일 현재 도내 선녀벌레 발생 면적은 826㏊로, 전년 발생 면적보다 18배 이상 늘었다. 도농기원은 선녀벌레가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 올해 4~6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8℃ 높았고, 6월 강수량이 평년의 3분의1 수준(수원 기준)으로 부화기 및 약충기 생육환경에 알맞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도농기원은 18일 기준으로 농작물 병해충 발생정보를 ‘경보’로 격상 발표했다. 

 전남에서도 선녀벌레와 갈색날개매미충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지난해 378㏊였던 피해면적이 올해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림 근처 과수원 등에서 발생하는 이들 외래해충의 개체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방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순에서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방제를 해도 근처 산에서 이들 외래충이 계속 내려오니 방제효과가 별로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서 초크베리 농사 992㎡(300평)를 짓는 한 농민은 “5월 말경에 미국선녀벌레가 한 가지에서 서너마리씩 발견돼 급히 방제를 하는 바람에 수확을 거의 못했다”며 “지난해에 비해 올해 외래충 발생이 산림 근처 과수원이나 밭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어 불안하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경기도농기원 관계자는 “미국선녀벌레와 같은 산림해충은 농경지를 방제해도 인근 산림지역에서 계속해 농경지로 이동하면서 피해를 주기 때문에 농경지와 인근 산림지역을 동시에 방제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주·청양=김광동, 화성=백연선, 나주=오영채, 전주=김윤석 기자

 

 

※ 인터넷 뉴스 보러가기: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66443&subMenu=dsearch&key=%C0%E5%BC%AE%BF%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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