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농촌유학의 설계는 분명히 ‘도시 학생’을 위한 체험형 프로그램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도시민 가족이 농촌에서 새로운 생활과 교육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농촌 학교를 살리고 농촌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농촌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별도의 대안 교육이나 경험 확장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농촌 학교는 학생 수 감소와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전국 초·중·고교 중 전교생 60명 이하 학교가 23%를 넘어섰으며,
일부 농촌 학교는 전교생이 10명 이하인 곳도 적지 않습니다.
강원도의 경우 평균 통학거리가 3.6km를 넘어서며,
폐교로 인해 학생의 이동권과 교육 접근성이 후퇴하고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농촌유학이 도시 학생 유입을 통한 학교 유지에는 효과가 있지만,
농촌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교육의 질과 미래 경쟁력 강화에는
아직 충분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단발적 체험이나 교실 유지에 머무르는 접근을 넘어서,
농촌 청소년이 스스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가 있습니다.
스위스는 좁은 국토와 제한된 내수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해외 경험을 적극 지원해 왔습니다.
스위스 연방 교육·혁신청(SERI)과 Movetia 기관이 주도하는 ‘Swiss Programme for Erasmus+’는
유럽연합 Erasmus+와 호환되며, 교환학생, 워크캠프, 직업교육 연수 등 다양한 형태로 해외 교류를 체계적으로 지원합니다.
2023년 기준 약 17,000명 이상의 스위스 청소년과 학생들이 유럽과 북미, 아시아 등지에서 국제 교류를 경험했습니다.
이는 국가가 청년들에게 ‘좁은 땅덩어리에 머무르지 말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라’는 정책적 비전을 제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농촌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시민 자녀들이 농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만큼,
농촌 아이들이 도시의 교육 환경을 체험하고, 나아가 해외에서 글로벌 경험을 갖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런 균형 잡힌 접근만이 진정한 지역 순환과 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농촌유학이 도시민의 경험을 넓히는 정책으로서 성공적인 측면이 있다면,
이제는 농촌 청소년을 위한 차별화된 교육 기회 정책이 병행되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농촌 교육의 백년지대계, 그리고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