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SNS에 글을 하나 올렸다.
평소에 밥 먹는 얘기나 일상 이야기를 할 땐 관심이 적었는데,
집과 재산 이야기를 꺼내니 무려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글을 읽어줬다.
그만큼 ‘자산 형성’ 문제는 많은 사람에게 민감하고 중요한 화두라는 뜻이다.
이 중요한 화두를 농촌에서 이야기를 꺼낸다면,
땀의 가치를 무시하는 서울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특히 농촌과 도시 사이에서 이 문제는 뚜렷한 격차로 드러난다.
우리 부부는 농업 후계자 자금으로 1.6억 원을 융자받아 절대농지를 구입해서 농사를 짓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 땅은 자산으로 불어나지 않았다.
같은 시기 도심 땅은 몇 배가 뛰었는데, 농촌 땅은 고스란히 제자리였다.
이 경험은 농촌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실감하게 했다.
도시에서 자산은 ‘세월+대출 레버리지’라는 공식으로 불어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집값이 오르고, 대출을 활용해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자산이 축적된다.
그러나 농촌은 다르다.
농지를 사도 개발이 불가능한 절대농지일 경우가 많고, 세월이 흘러도 자산 가치가 거의 오르지 않는다.
농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노동=소득’에 묶여 있고, 땀 흘린 만큼만 남을 뿐이다.
결국 농촌에 오래 머물수록 도시와의 자산 격차는 벌어진다.
농촌이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이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단순히 생활의 불편 때문이 아니라, 미래를 담보할 ‘자산 형성 구조’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년농업인(개인)에게 최대 5억 원 규모의 스마트팜 창업 융자를 지원한다.
하지만 이 정책에는 맹점이 있다.
스마트팜 시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이다.
농산물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요동치고, 수익의 안정성도 보장되지 않는다.
결국 대출로 시설을 지었더라도 자산으로 남는 것은 거의 없다.
빚은 늘고, 자산은 사라지는 구조다.
즉, 도시 청년이 집을 담보로 자산을 불려가는 동안, 농촌 청년은 부채만 떠안고 정착 동기를 잃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이제 농촌에도 새로운 자산 형성의 구조가 필요하다.
단순히 지원금과 대출을 늘리는 방식은 청년의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도시에는 세월과 대출이라는 레버리지가 있다면, 농촌에는 이에 상응하는 ‘농촌형 레버리지’가 있어야 한다.
농업이 땀에만 의존하는 노동 소득 구조에 갇혀 있는 한, 농촌은 청년에게 매력적인 삶터가 될 수 없다.
농촌을 떠나지 않고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자산 축적이 가능한 새로운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
땀으로만 재산이 되는 구조는 농촌을 떠나게 만든다.
나의 절대농지 경험처럼, 농촌에 머물수록 자산 격차는 벌어지면 청년은 다시 도시로 눈을 돌린다.
농촌이 지속 가능한 삶터가 되려면, 노동이 아닌 구조적 자산 형성의 길을 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대한 대출 지원이 아니라, 농촌에서도 ‘자산이 불어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농촌형 레버리지를 개발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청년을 붙잡고, 농촌의 미래를 지켜낼 유일한 해답이다.